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유홍준 _ 모래밥 먹는 사람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유홍준 _ 모래밥 먹는 사람

수평선다방의 시 2020. 10. 27. 19:00

모래밥 먹는 사람

 

                       유 홍 준

 

저기 저 공사장 모랫더미에

삽 한 자루가

푹,

꽂혀 있다 제삿밥 위에 꽂아 놓은 숟가락처럼 푹,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느라 지친

귀신처럼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아무도 저 저승밥 앞에 절할 사람 없고

아무도 저 시멘트라는 독한 양념 비벼 대신 먹어줄 사람 없다

모래밥도 먹어야 할 사람이 먹는다

모래밥도 먹어본 사람만이 먹는다

늙은 인부 홀로 저 모래밥 다 비벼 먹고 저승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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