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최서인 _ 두부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최서인 _ 두부

수평선다방의 시 2020. 10. 27. 18:58

두부

 

               최서인

 

우리는 주로 싱숭생숭하였다

체온이 식어가는 것을 지켜봐 주면서

 

동네 두부집에서 갓 나온 두부를

너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네가 가끔 울던 이유에서 슬픔을 걸러내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몽글몽글한 온기를 혀로 뭉개며 눈을 맞춰 올 때

나는 두부가 아주 차갑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밥 대신 두부를 먹는 일이 잦았고

어느 날 아침엔 눈을 떠보니 네가

 

내 한쪽 어깨를 조금씩 떠먹고 있었다

나는 오래 따뜻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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