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안녕 _ 영원한 나라에서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안녕 _ 영원한 나라에서

수평선다방의 시 2021. 11. 29. 16:33

 

어느 인디언 부족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그대라 부른다

숨 붙어 있는 기린과 코끼리 지렁이와 거미

찔레나무 발에 차이는 돌멩이

 

그대라고 호명하면

없는 그대가 멀찍이 사라진 그대가

곁인 것 같다 살아 있는 것 같다

 

기척처럼 기침처럼

받아 적은 말들이 이렇게 나로 남아 있다

 

붉어진 두 눈이 세상에 그득해서

 

산수유가 익는다

끝끝내 오디가 떨어진다

 

-「영원한 나라에서」

(김안녕, 『사랑의 근력』, 걷는사람,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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