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
| 6 | 7 | 8 | 9 | 10 | 11 | 12 |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 27 | 28 | 29 | 30 |
- 김은경시인
- 김안녕 시인
- 내일을 여는 작가
- 김안녕
- 시
- 김소연
- 김은경
- 서귀포항
- 사랑의 근력
- 시집
- 불량 젤리
- 실천문학
- 여행
- 허연
- 중미산자연휴양림
- 시인시각
-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 문장웹진
- 가을여행
- 우리는매일헤어지는중입니다
- 삶이보이는창
- 시읽기
- 실천문학사
- 삶창
- 양평
- 허은실
- 심보선
- 걷는사람
- 시인
- 장석주
- Today
- Total
목록전체 글 (425)
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화채 고명재 여름이 오면 그대는 항상 오미자물을 우려서 한 사흘은 냉장고에 차게 두었다 크고 실한 수박을 사고 체리를 씻고 착실하게 속을 다 파내는 것이다 수박은 일단 귀부터 시원해지지 숟가락 끝에서 눈 밟는 소리가 가벼이 들리지 우리는 수박을 파내며 설원 한가운데에 있다가 참외 배 능금 자두 설탕을 넣고 아카시아꿀을 휘휘 세 바퀴 둘렀다 먹기 전에 그대는 내 눈을 보면서 말했다 아가야, 화채는 원래 꽃화(花)를 뜻해 그래서 내가 준비했지 비닐 속에는 그대가 산천에서 뜯어온 꽃잎이 있었다 그대는 화채 위에 꽃을 뿌리며 우아(優雅)라는 개념을 직렬로 주었고 우리는 머리를 아주 가까이 맞댄 채 얼음이 가득한 오미자물을 잔뜩 삼켰다 그때 내 어금니에는 ..
2026년 3월 27-29일간 DMZ와 파주 인근에서 열릴 ‘DMZ세계문학페스타 2026’은 전쟁과 분단, 혐오와 차별, 민주주의의 위기 속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연속 기고 '다시 문학이 말을 건넬 때'는 분단과 경계, 평화, 민주주의,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라는 다섯 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세계의 문학이 경유해 온 고통의 역사와 그 너머의 가능성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어보고자 기획되었습니다. 시간의 겹침 속 떠오르는 얼굴- 윤석열 사형 구형... 가라앉지 않는 마음 한편의 의심김안녕 / 시인오마이뉴스 2026. 3. 13.엄마에게는 오빠가 넷 있었다. 그중 셋째 외삼촌은 지금 이 세상에 없으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말수가 없고 외톨이였고 헝클어진 긴 머..
KPI뉴스 "울적한 밤, 호롱불 안에 심장을 걸어둔 듯" "울적한 밤, 호롱불 안에 심장을 걸어 둔 듯"따르라, 시인이여, 밤의 / 밑바닥까지 곧장 따라가라, / 그대의 억압하지 않는 목소리로 / 계속 우리를 타일러 기뻐하게 하라, // 시를 경작함으로써 / 저주로부터 포도원을 만들어라, / 인간의 실패를 노래 불러라 / 번민의 황홀 속에서, // 마음의 사막에 / 치유의 분수가 솟아나게 하라, / 시대의 감옥에 갇힌 / 자유인에게 찬미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_ W.H. 오든, '예이츠를 추모하며' 부분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시가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시를 붙드는 것은, 시가 비극적 현실을 개선하지는 못해도 그것을 견딜 힘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이여,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라. ..
다리가 긴 빗방울 안 주 철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또 비가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 생겨요 기도를 하지 않았는데 상자 모양의 선물이 있어요꺼내지 않아도 마음인지 알고요 다시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어요다리가 긴 빗방울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걸까요 혼자 웃고또 혼자 웃으면단란한 혼자가 되기도 합니다 창문 너머의 흐린 날씨를 방충망을 통해 보고 있어요흐린 날씨도 방충망으로 보면 촘촘하네요 내려오는 계단이 올라가는 계단과 같을 텐데한 번 내린 비는 다른 계단으로 걷고 있는 듯해요아주 작은 소리까지 주워 가면서 하루 종일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제 스스로 절벽이 되는 듯해요 제가 쌓아 올린 절벽에서 떨어져이 세상에서 한 번도 구경하지 못한 세계를 엿볼 ..
곧 죽어도 겨울 윤진화 인간들이 거리에 쏟아진다 건물이 자라나면서 새가 날아오듯 인간이 그 건물들에 둥지를 틀었다 그 아래에 커피집이 즐비하다 우리 동네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팔을 뻗어 아아-주세요 아아-주세요 아아-는 아플 때 내는 단말마 아아- 아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본말인데 지나치면서 바꿔 듣는다 아픔을 주세요 아픔을 주세요 수많은 아픔을 겪으면서 아직도 사고 싶은 아픔이 있다니 아아- 아아- 아픔을 파는 하수인은 차갑고 냉정하고 딱딱한 사무적인 얼음을 가득 담아 추호도 미안한 기색 없는 신과 같아 속이 보일 듯한 투명한 얼음 가득 그 얼음컵을 받으며 아아- 차가워 할짝할짝 핥으며 환해지는 계절 대설주의보의 시간을 아픔에는 아픔으로..
약속 황 규 관약속이 나를 버려서 혼자 밥을 먹는다돌아보면 약속은 언제나 오지 않았고나도 가끔 약속을 버렸다식당 창밖으로 비가 내릴 때 드디어밥이 내 앞에 나타났다(진짜 약속은 김 오르는 밥이라는 듯고요한 한끼 먹고 일어서라는 듯)나를 버린 약속이 밥을 먹이는 건 아닐 텐데이때만큼은 나를 버린 약속을 잊고어 뜨거, 숟가락 가득 어둠 속으로약속이 떠난 슬픔을 밀어 넣는다약속만 한 고문이 역사에 없었고약속만 한 설렘도 없었고약속만 한 설움도 없었지만오늘은 약속에게 버림받은 내가 제일 뜨겁다밥이 몸에 흔적을 남기면약속은 다시 나를 두드릴 것이다이번에는 문을 열어주지 말아야지,허튼 다짐도 해보겠지만밥이 끝나는 지점에서 약속은아스라이 시작되고약속이 사라진 데서 밥은내 허기 쪽으로..
미신 이 병 률 필명을 갖고 싶던 시절에 두 글자의 이름 도장도 갖고 싶어 도장 가게에 가서 성과 이름을 합쳐도 두 글자밖에 안 되는 도장을 파려고 하는데 돈을 적게 받을 수 있느냐 물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많은 여백을 파내야 하는 수고가 있으니 오히려 더 받아야겠다는 도장 파는 이의 대답을 들었다 다 늦은 그날 밤 술 마시고 집으로 가는 길 한 잔만 더 마시면 죽을 수도 있고 그 한 잔으로 어쩌면 살 수도 있겠다 싶어 들어간 어느 포장마차에서 딱 한 잔만 달라고 하였다 한 잔을 비우고 난 뒤 한 병 값을 치르겠다고 하자 주인이 술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당신이 취하기 위해 필요한 건 한 잔이 아니었느냐며 주인은 헐거워진 마개로 술병을 닫았다 바지..
잡식성 식물 이 소 회 내가 아는 지상 가장 높은 곳 상한 우유를 들고 주인집 옥상에 올랐다 깊은 밤 안에는 푸른 화분들 뿌리 가까이 우유를 부어 주었다 검은 흙이 하얗게 부글거리다 이내 가라앉는다 주인이 박아 둔 달걀 껍데기를 식물들은 몇 달째 먹고 있다 우유를 흩뿌린 것 같은 은하수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젖을 먹고 자란 것들은 고향이 생겨서 그쪽으로 목이 꺾인다 길에서 주운 새를 나무 아래 묻어 준 적 있다 이듬해 가지마다 날개가 돋고 너무 많은 새가 열려 나무가 떠오르는 날도 있었다 반지하방 짤막한 하늘이 뜨는 시간 더듬이를 기억하는 다육이 창으로 바짝 붙는다 발목이 불러 주는 구름 노래 붉은 사과 속 우물이 깊고 자작나무 숲 짙어지면 가만가만 푸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