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이병률 _ 이사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이병률 _ 이사

수평선다방의 시 2010. 4. 16. 10:02

                                                              그림 _ 이수동

 

   이사


                  이 병 률


이삿짐을 싸다 말고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우다 보니

그냥 두고 갈 뻔한 고추 몇 대

미안한 마음에 손을 내미니

빨갛게 매달린 고추가

괜찮다는 듯 떨어진다

데려가달라고 하지 않으면

모른 체 데려가주지 않는 生

새벽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을 찌르는 매운 물기

 

 

  自序

 

인연에 대해 생각하다가

인연과 세월을 떠돌다가

인연과 세월과 풍경을 바라보는 시간까지 왔다.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여전히 만져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스침이 많아 상처가 된 내력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어찌 시뿐이겠는가.


 

-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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