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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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詩

무아국수

수평선다방의 시 2014. 4. 8. 14:50

 

 

  

      무아국수

  

 

                         김 은 경

 

종로세무서 골목 무아(無我)국숫집에 앉으면

희고 둥근 두레박 내려

밤새 누가 술을 긷는지

차르륵- 흐르는 막걸리 소리

 

술을 따릅니다 말없이,

어두워지는 것은 곧 익어가는 것

 

깍두기와 김치가 놓인 식탁에서

우리의 국경은 인도처럼 아득하고

허리우드라는 말처럼 익숙하게 되새기는 국숫가락이

반짝, 입속으로 들어갑니다

 

눈과 귀가 먹먹해질수록 국수는 국수 맛이 나고

 

포개져서도 외롭고 긴 대젓가락처럼

오늘 나는

처음 태어나는 그믐입니다

 

(『작가들』 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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