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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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詩

당신도 울고 있네요

수평선다방의 시 2013. 8. 30. 16:41

 

   

    당신도 울고 있네요

 

                        김 은 경

   

오늘은 얼음강을 맨발로 건너기 좋은 계절,

진눈깨비가 얼굴을 향해 달려온다

목숨 걸고 사랑할 게 많아서

고드름은 습관적으로 차가워지고

날마다 우리는 거꾸로 매달려 결별을 맹세하리라

 

강변 편의점으로 소풍 나온 사람들이 휘청휘청 걸어간다

하품을 한다 박수를 친다 간신히

허공에 꽂힌 태극기처럼

 

난방이 안 되는 나의 뜰에선

음모보다 노란 개나리가 피고,

겨울 뒤엔 겨울

내일 뒤엔 또 내일이 있다고 굳게 믿으며

도축장을 나서는 돼지들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웃고 있다

 

짧은 겨울 해는 누가 쓰고 버렸는지

향기로운 아카시아껌은 누가 씹다 버렸는지

보도블럭 위엔 누르라고 놓인 단추처럼

까만 껌딱지,

그 위에 수북한 개미들

 

나는 매일매일 조금씩 야위어 간다

환생을 믿지 않는 눈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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