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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자정의 희망곡 본문
자정의 희망곡
김 은 경
턴테이블은 옛날에 고장 났는데
어떤 악보도 나는 없는데
이어지는 밤의 오페라는 누구의 것
너의 검지는 하필 퉁퉁 부어 있고
서쪽으로 느리게 걷는 취미
걸어도 걸어도 채울 수 없는 허증
입병 든 고양이가 굶기 일쑤면서도
발정 나서 그토록 달아오르는 일
스무 살 엄마는 꼭 한 번 가져본
꽃무늬 스커트를 홀라당 잃어먹고 종일을 울었다
목숨보다 중한 것들이
크레파스처럼 널려 있을 거야
네 귀의 악마는 속삭이고
축축한 옷감들이 숨 붙은 수족처럼 구는 시간을 틈타
세탁기가 멈춘다
그에게도 울음 멎을 핑계는 필요하니까,
묵은쌀에 곰팡이를 들여다보다
저녁밥을 굶기로 했다
빙그르 빙그르르르
어제의 눈부심, 너덜너덜한 치맛자락이
사력을 다해 말라가는 동안
이미 네 손가락 잊었다, 주먹에 쥐고 있던 것을
언제 놓아버렸지?
주인 없는 죽음이 문지방을 왔다 갔다
결별의 순간에도 음악은 가장 우아한 발작이다
밤의 오페라 꺼지지 않는다
(시집『불량 젤리』44쪽, 삶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