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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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詩

머리카락

수평선다방의 시 2015. 1. 16. 13:07

 

 

머리카락

 

 

                  김 은 경

 

방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줍는다

이번 생은

머리카락만 줍다 끝이 나려나

치워도 치워도 머리카락은 바닥에 계속 떨어지고

 

먼지는 쌓이고

새치는 자꾸 나고

근심이 나고

병이 나는 일처럼

 

거실에 둔 해피트리 이파리가 무성히 돋아난다

살아 있다면 산모에게 젖이 도는 일처럼

무심이 무성을 낳기도 하는데

 

우수수 빠지는 머리카락

흩날리는 재

담벼락을 넘어 날아가는 화투짝 들

 

이번 생은 머리카락만 줍다 끝나버리면 어쩌나 

 

그림자만 줍다가

이토록 환한 대낮,

귀신의 머리카락만

쫓다가

 

(작가들』 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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