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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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詩

빌려 읽는 사랑

수평선다방의 시 2013. 8. 30. 16:32

 

   빌려 읽는 사랑

 

 

                            김 은 경

 

밑줄 치고 싶은 부분은

한 번 더 읽고 누군가

연필로 쓴 글씨를 흉내 내다

남은 문장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한다

 

떨어뜨린 눈썹

찰나의 눈물 자국

태풍의 눈을 박아 넣은 외로운 지문

낚싯줄같이 팽팽한 밑줄들

 

반납할 수 없는 여일(餘日)을 짚어가며

올여름 장마도 지루하게 이어질 것인지,

무심한 인사들의 소식까지 따라오네

 

빌려 읽은 책은

점점

무거워지고

 

더운 입김이 멀다

 

(<불량 젤리>, 삶창,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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