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이근화 _ 아파트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이근화 _ 아파트

수평선다방의 시 2010. 2. 17. 11:53

 

 

     아파트

 

                     이 근 화

 

부추 한 단을

고형 카레 12인분을

월남쌈용 페이퍼를 사다두었습니다

이웃들은 초대장과 전단지를 구분할까요?

 

낮에는 덥고

저녁으로는 춥습니다

아침은 모르겠어요

이마와 이마를 맞대듯이

식빵을 먹었어요

 

일조권

층간 소음

우리는 싸울 수도 있습니다만

위층의 식칼이

딱 딱 딱

 

아파트는 서로 분리되지 않아요

실험실에서처럼

오전/오후를 가르고

아침/점심/저녁을 가르고 싶지만

 

링 과자같이 얽혀서

곧 부서질 것 같지만

시간을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서

아파트가 서 있습니다

 

한 동이 통째로 사라질까봐

한두 집 정도는

불을 끄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초대되었으나

할 말이 없는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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