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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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텔링 : 두 개의 초

수평선다방의 시 2016. 4. 2. 14:04

두 개의 초

 


두 개의 초가 있었다.

불붙지 않은 초가 불타고 있는 친구에게 말했다.​

"너는 참 안됐어.

늘 불이 켜져 있으니 생명이 짧잖아. 너는 곧 존재하지 않게 될 거야.

나는 너보다 훨씬 더 행복해.

나는 불이 안 붙어서 녹을 일도 없거든. 나는 옆에 조용히 누워 오랫동안 살아 있겠지만,

네가 살 날은 얼마 남지 않았어"

불타는 초가 말했다.

​"나는 그게 전혀 유감스럽지 않아. 나의 삶은 훌륭하고 의미로 가득하지.

나는 불타면서 몸이 녹고 있지만 다른 많은 초가 내게 와서 불을 붙여가지.

그래서 나의 불은 결코 줄어들지 않아.​

내 몸이 녹아내리더라도 나의 영혼인 이 불은 우주와 하나가 되어 멋지고 빛나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거야.

나는 밤의 어둠을 쫒고,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는 아이들을 기쁘게 만들고,

아픈 사람의 침대 곁에서 공기를 정화하며 병원균을 없애고,

성상 앞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지.

이런 내 짧은 삶이 멋지지 않아?​

나는 오히려 불붙지 않은 네가 안타까워.

너는 아직 삶의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어.

네 영혼의 불은 어디에 있지?​

그래, 너는 나보다 더 오랫동안 안전하게 누워 있겠지. 하지만 그 누가 너를 필요로 할까?

'자는 것보다 불타는 것이 낫다'라는  말이 있어.

불타는 것은 살아 있고, 잠자는 것은 죽어 있기 때문이야.​

너는 생명 대신 안전을 택했어.

시작도 하기 전에 죽은 거지.

생명이 너를 지나쳐 간 거야."


_ 심리학 블로그(http://introverts.blog.me)에서 퍼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