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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감은사지 가는 버스 본문
감은사지 가는 버스
김 은 경
해안선이 길을 따라 휘어진다
감은사지(感恩寺址) 가는 완행버스
떨어지는 해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붉은 뺨이 어제의 사람을 닮았다
낯선 관광객처럼 눈에 익은 조문객처럼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바퀴는 덜컹덜컹 잘 구르고
비린 마을을 지나 버스는 내리 동해를 달리고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떠난 이의 뒤편도 흘러간 노래도 아닌 아주 사소한
모래바람 따위
사막에서도 길을 내어 가는 것들
대소쿠리 가득 바다를 이고 방죽을 걸어가는
주름진 여자,
여자가 흘리고 간 발자국마다 유해 같은 소금이 쌓이는 오후
모래밭 위 오징어처럼 말라갈 수 있는 상처가 있다면
꼿꼿이 말뚝 박고 서서
스쳐간 익명의 길들 해풍에 내거는 어느 날이 온다면
잠을 청해도 귀를 닫아도 사방엔 물결치는
파도,
파도는 비통을 모르고 파도는 애도를 모르지만
감은사지 가는 길,
돌아갈 수 없는 외길이라면
오래전 죽은 별들이 건너와 모르는 척
뒤척이고 있는 거라면
-『시에』 201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