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안도현 _ 비켜준다는 것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안도현 _ 비켜준다는 것

수평선다방의 시 2012. 9. 24. 16:02

 

  

     비켜준다는 것

 

                              안 도 현

 

둥굴레 새싹이

새싹의 대가리 힘으로

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다

 

땅이 제 몸 거죽을 열어 비켜주었으므로

저렇드키, 저렇드키

연두가 태어난 것

 

땅이 비켜준 자리

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

둥굴레는 미안해서 초록을 펼쳐 가린다

 


(시집『북항』,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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