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곽재구 _ 적빈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곽재구 _ 적빈

수평선다방의 시 2012. 7. 4. 10:09

 

 

     적빈(寂貧)
     - 산티니케탄에서

 

                                    곽 재 구

 

보름달 아래 아이들이 삶은 콩을 팔고 있다
호수에 비친 달빛이 파랗다
나뭇잎 접시에 담은 삶은 콩은 3루피
얼굴 까만 사람들이 삶은 콩을 먹는 모습을
보름달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새끼 염소가 젖을 빠는 소리가 보리수나무 잎사귀를 흔든다
난 언제 당신에게 3루피 밥 한 끼 지어줄 수 있을까
2루피 누룽지 한번 만들어 줄 수 있을까
1루피 시 한 편 써서 읽어 줄 수 있을까
나뭇잎 접시 위의 삶은 콩이 반짝 빛난다
하늘의 별 중 누군가 3루피를 들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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