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진완 _ 모른다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진완 _ 모른다

수평선다방의 시 2012. 8. 28. 15:38

 

 

    모른다

 

 

                   김 진 완

 

 

종로3가 금은방 뒷골목

남이 먹다 남긴 점심상

먼지 바람 등지고 앉아

마른밥 먹는 남자 본다

 

 

양철 쟁반 철수세미 자국

눈이 시어

반눈 뜬 채

우물우물 밥 먹는

저 사내를

나는 안다

 

 

구겨 신은 신발에

넘치게 담긴 맨발

까만 때 반질대는

복숭아뼈도

나는 안다

 

 

쭈글쭈글한 감자알이

젓가락에서 미끄러지자

저 사내 제 복숭아뼈를 뽑아

우물우물 삼키는 저 이를

나는 아는 것이다

 

 

아! 라는 감탄과 긍정이 빠져

절뚝대는 생의 이름

복숭뼈!

모른다 모른다 아,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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