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하상욱 _ 무 본문

꽃처럼 아픈 詩

하상욱 _ 무

수평선다방의 시 2025. 4. 18. 17:07

 

 

 

                     하 상 욱

 

시골집 텃밭에 쭈그려 앉아 무를 뽑았다

희고 투실투실한 무였다

너희들 나눠 주고도 이걸 다 어떻게 하냐

시장에 나가서라도 팔아 볼거나

어머니는 뜻하지 않은 욕심이 생겼다

머릿속을 텅 비게 해 주는 무였다

손이 부지런히 움직였고 마음은 쉬었다

 

뽑아낸 자리마다 근심을 묻었다

이 무를 숭숭 썰어 넣고 국을 끓이면 얼마나 시원하려나

내 근심 묻은 자리마다 무가 다시 자라날 것을

어머니도 알고 나도 알았다

애초에 어머니도 무였고 나도 무였으니

그러니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달나라 청소, 파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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