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이미산 _ 이명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이미산 _ 이명

수평선다방의 시 2025. 2. 12. 10:02

 

이명

 

                         이 미 산

 

몹시 아팠던 여섯 살

슬픔이 초대한 매미 한 마리

내 오른쪽 귓속에 눌러앉았지

 

누군가 내 국어책 숨겼을 때

매미는 나 대신 골목을 헤매며

돌려줘

돌려줘

 

직장에 다닐 땐 피곤해 피곤해

그래서 결혼이나 하고

일기장에 이상한 남편을 일러바칠 때도

매미는 나보다 더 슬피 울었지

 

매미가 떠나면 나는 행복해질까

보약을 먹고 명상음악을 듣고

그러나 점점 힘이 세진 매미는

 

원고 마감일

고치고 또 고치다 문장의 뼈대마저 허물어졌을 때

두 마리였다가 세 마리였다가 죽음의 칸타타 레퀴엠

 

나는 살려줘 살려줘

매미는 나를 삼키고 떠나겠다는 듯이

 

그래서 그날까지

우리는 서로를 묵묵히 견딘다

 

(애지, 2025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