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배수연 _ 장미와 날개 본문

꽃처럼 아픈 詩

배수연 _ 장미와 날개

수평선다방의 시 2025. 2. 12. 09:50

장미와 날개

 

                          배 수 연

 

내가 빛이 되었다 상상하면

퍼지고 퍼져서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접착력이 약한 동전 파스도

나를 보고도 지나친 102번 버스도

모르는 이의 더운 입김도

 

하지만

오늘 아침 나와 다툰 너는 도무지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너는 돌을 가져왔어

진주가 아니라 사파이어가 아니라

 

나는 종이를 가져왔어

비단이 아니라 벨벳이 아니라

 

우린 결혼을 해

연애가 아니라 이별이 아니라

 

너는 돌로 만든 장미를 들고

나는 종이로 접은 날개를 달고

 

우리는 오늘 천사처럼 서 있어

 

이 세상 모두를 사랑하고 남은

단 하나의 나를 사랑하려고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기쁠까

 

기꺼이 사랑은 마지막에 남아

눈물에 젖는

장미와 날개

 

(웹진 같이 가는 기분 2024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