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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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픈 詩

송경동 _ 무허가

수평선다방의 시 2010. 1. 12. 22:06

 

 

   

     무허가

 

                         송 경 동

 

용산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 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창비,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