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은경 _ 칭다오 칭다오 본문

빨간 詩

김은경 _ 칭다오 칭다오

수평선다방의 시 2018. 9. 6. 01:04


  


       칭다오 칭다오


                                                김 은 경

 

 

칭다오에 사는 이십  지기

설에 맞추어 귀국한다고 했다

 

중국차가 좋니 술이 좋니

당연히 술이 좋지!

 

약속은 약속 맹세는 맹세 그래도 지켜지는 게 있어

  만에 만난 아줌마 둘이 공부가주를 나누어 마신다

스무 해를 마셔도 늘지 않는 주량처럼

멀고도 가까운 칭다오 달고도 쓴 칭다오

 

배갈을 마시면 바람 부는 수수밭에  기분이 들어

몇 번을 돌려 본 장이머우의 비디오테이프, 고향집 어딘가 있을 텐데


서울 하늘엔 낫처럼 솟은 

잊힌 사내의 혀처럼 뾰족한 별빛

가운데서도 너는 아름답고 한없이 너는 선하다

 

봉다리라는 별명을 가졌던 그녀

스무 살엔 날마다 물이 줄줄 샜지 술도 눈물도 

헐렁한 봉다리를 헤집고 흘러나왔지

 

선명한  아무것도 없어 우리는 단단하지 못했지

강단 있게  살아, 엄마 같은

잔소리를 나는 했지

 

칭다오에 한번 

가을엔 사람이 너무 많고 겨울은 추우니까 

봄이 좋아 봄에 한번 

 

물컹물컹

건드리면 와락 무너질  같은 여자 둘이서

 

추수 끝난 수수밭에 선 추알*처럼

어쩌면 불행을 모르는 행불자처럼

칭다오 칭다오 노래하는

 

중국술과 용한 호랑이 연고가 담긴 검은 봉다리는 아직

핏덩이 같은 두 개의 심장을 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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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붉은 수수밭> 주인공 .


(시집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 실천문학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