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이듬 _ 장갑의 밤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이듬 _ 장갑의 밤

수평선다방의 시 2015. 2. 7. 12:59

 

  

 

     장갑의 밤

 

                                          김 이 듬

 

  사랑에 빠질 때마다 장갑을 선물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도 나처럼 장갑을 잘 잃어버리겠지 지금 난 장갑 한 짝을 찾으러 가는 길이야 검정에 모직 장갑 장식이 없는 낡은 그 장갑을 어디 떨어뜨렸는지 알아 오늘 난 아주 잠시 외출했어 부드러운 눈길을 걸어 저녁 모서리 골목 끝 국숫집에 갔거든 바지락 조개가 든 그릇 바닥에는 모래가 있었어 반짝이는 보석도 있었지

  가는 길은 얼었고 없던 비탈이 생겼네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아 국숫집 바닥에서 내 검은 장갑 한 짝이 조금 젖어가겠지 하지만 어제가 아니었을까 오늘 나는 저녁을 거른 채 오래된 노래를 듣고 있지 않았던가 골목 끝 국숫집은 사라졌네 이전했다는 안내문은 없어

  사랑에 빠질 때마다 나의 기억은 바뀌고 부드러웠던 길은 패어가네 보이지 않는 젊은 사나이가 한 손에 검은 장갑을 낀 채 내 곁을 묵묵히 걷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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