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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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픈 詩

김재근 _ 오늘의 운세

수평선다방의 시 2015. 3. 24. 09:12

 

 

    오늘의 운세

 

                         김 재 근

 

변성기를 지나 각설탕이 녹는다

침대를 옮겨다니는 인형의 표정이

밤이면 감미롭다

한 눈금씩 체온이 오르고,

오늘은 손목을 깎아 창가에 세워두고

운세를 맞춰본다

 

장미의 피를 채혈하기 위해

잠든 눈알은 수부(水夫)가 되어

꿈속을 영원히 떠돈다

잠속으로 눈알이 점점 잠기고

 

바람으로 빚은 바람의 눈사람은 바람에 녹고

눈사람이 되기 위해 북극말로 이야기한다

입안이 얼 때까지, 새하얘질 때까지

만년빙아래, 산 채로 눈사람을 거꾸로 묻어둔다

 

머리를 두드리면 웃음이 쏟아진다

미쳐가는 것이다, 오늘의 운세는

아무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내일은 동쪽에서

붉은 장미와 흰 장미의 교배종인 남자의

입술을 훔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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