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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선재 _ 한밤의 동물원 본문
한밤의 동물원
김 선 재
어제는 동물원에 갔었네 비 내리는 동물원 목련만 촛대처럼 떠다니는 한밤의 동물원 커튼처럼 꼼짝하지 않는 밤이 완고하게 시야를 가렸고 동물들은 죽은 듯 조용했네 너는 꾸벅꾸벅 졸았네 자꾸 여기를 잊었네 잠들지 마 나는 말했지만 이미 너는 말이 없네
우리와 우리 사이에는 끝없는 길들이 나 있고
우리는 구덩이처럼, 망각처럼
한밤의 동물원에서
자꾸 몸을 숨긴다
정곡 같은 길을 피해, 요약된 결말을 외면하고
이상한 일이야 몸 안에 머무는 기억이
걸핏하면 코피처럼 터져 나오는 거
나는 건강하고
사자는 저렇게 조용한데
이상해 가끔, 왜 당연한 이야기를 비밀처럼 털어놓을 때 빗방울은 차갑게 빛이 날까 소용돌이치는 손가락 끝이 분명해지는 한순간은 왜 말이 되지 못할까 우리는 잠깐 즐겁고 내내 슬프다 단지 동물원을 걸었을 뿐인데 사자를 보기 위해 동물원에 갔을 뿐인데
우리와 우리 사이에는 끝이 보이는 길들이 나 있고
한 번 죽는 것처럼 살고 싶어
먼 곳의 사자가 너의 입을 빌어 운다
우리는 한 번 헤어질 뿐인데 영영 헤어졌다
울지 마 우리는 당연한 이야기를 하며 가정법의 미래처럼 자꾸 눈물을 흘렸네 소용돌이치는 손가락 끝을 들여다보며 눈이 어두워질 때까지 지붕 없는 집을 나와 지붕 없는 동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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