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소연 _ 모른다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소연 _ 모른다

수평선다방의 시 2012. 10. 18. 14:28

 

 

 

      모른다

 

                            김 소 연

 

꽃들이 지는 것은
안 보는 편이 좋다
궁둥이에 꽃가루를 묻힌
나비들의 노고가 다했으므로
외로운 것이 나비임을
알 필요는 없으므로

 

하늘에서 비가 오면
돌들도 운다
꽃잎이 진다고
시끄럽게 운다

 

대화는 잊는 편이 좋다
대화의 너머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외롭다고 발화할 때
그 말이 어디에서 발성되는지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시는 모른다
계절 너머에서 준비 중인
폭풍의 위험수치생성값을
모르니까 쓴다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므로

 

(『눈물이라는 뼈』, 문학과지성사,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