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이시하 _ 우리집에 왜 왔니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이시하 _ 우리집에 왜 왔니

수평선다방의 시 2010. 5. 17. 22:26

 

 

       우리집에 왜 왔니

 

                                       이 시 하

 

  어둠을 파고 시궁쥐 눈깔 같은 봉숭아 씨앗을 심을래요 모르는 집 창문에 애절히 피어나 모르는 그들을 울게 할래요 봉숭앗빛 뺨을 가진 어린 손톱에 고운 핏물을 묻힐래요.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서둘러야 해요 나를 통과해 가는 그대의 눈을 볼래요 너무 오래 견딘 상처는 아물지 않아요 몹시 처량해진 나는 모르는 집 창문 밑에서 울 거예요 당신을 부르며 울 때 사람들은 어두워져요

 

  문이 닫혀요

 

  이렇게 부질없는 이야기는 처음 해봐요 나는 늘 술래이고 아직 아무도 찾지 못해요 가위바위보가 문제에요 나는 주먹만 쥐고 있거든요 아무도 내게 악수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아요 당신도 곧잘 숨는다는 걸 알아요 이제는 내가 숨을래요 꽃 피지 않는 계절에 오래도록 갇혀있을 거예요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봉숭아꽃이 만발했어요 보세요 정말 내가 모르는 집이에요 창문 밑에 피어난 저 붉은 봉숭아! 무슨 꽃은 봉숭아꽃이어야 해요 당신은 봉숭아꽃을 찾으러 온 거예요 나는, 나는 꽃 피지 않을 거예요

 

  아무도 찾지 못해요 문은 열리지 않아요

'꽃처럼 아픈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만호 _ 굵은 비 내리고   (0) 2010.06.15
신해욱 _ 천사  (0) 2010.06.15
차창룡 _ 이제는 사랑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0) 2010.05.12
이장욱 _ 오해  (0) 2010.04.29
이성미 _ 나는 쓴다  (0) 2010.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