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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재근 _ 저녁의 부력 본문
저녁의 부력
김 재 근
1
물속 저녁이 어두워지면
거미는 지상으로 내려온다
자신의 고독을 찾아 천천히 그물을 내리는 것이다
미로 속, 미아가 되어
지구의 차가운 물속 저녁으로 눈동자를 풀어놓는 것이다
몸이라는 슬픈 악기, 출렁이는 몸속, 물의 음악,
북극을 감싸는 오로라의 젖은 메아리처럼
허공에 매달려
시간이 무뎌질 때까지
거미는, 스스로를 배웅하는 것이다
2
비행운을 그리며 날아가는 영혼들
어느 물속에서 잠들까
태어나 처음 듣는 울음에 귀가 놀라듯
태어나 처음 보는 눈동자에 눈이 놀라듯
자신에게 숨을 수 없다
거미는
스스로의 몸으로
허공에 자신을 염하는 것이다
3
물속 지느러미처럼 느린 저녁이 오고
늦출 수 없는 질문처럼, 말할 수 없는 대답처럼
스스로 듣는 거미의 잠
잠속이 밝아 잠들지 않는데
눈알을 태우는 몸속 까마득한 열기, 들을 수 없다
촉수를 뒤덮는 시간, 머물 수 없다
어떤 부력이 저녁을 떠오르게 할까
허공의 기억만으로 흐려지는 여기는 누구의 행성인지
대답할 수 없다
체위를 바꾼 기억이 없기에
몸속에 고이는 게
잘못 흘린 양수 같아
매일 젖은 몸을 말리며
매일 젖은 눈을 더듬으며
허공을 깁는 것이다
거미줄에 닿아 식어버린 지구의 저녁
저녁의 부력이란 거미의 울음 같아 만질수록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