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주대 _ 동거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주대 _ 동거

수평선다방의 시 2016. 4. 6. 15:02


  


    동거

      - 신당동에서


                        김 주 대


생각난다

신당동 중앙시장

팥 적은 붕어빵과 곱창으로 넘긴

그해 겨울의 저녁과 아침.

시골 여상 출신의 그대가

졸음 쏟아지는 미싱대에서

주판알 대신 올리고 내리던 기래빠시 천과

얇은 홑이불의 동거 시절.

생각난다

반찬 없이 행복했던

우리들의 겸상과

조금 어색해서 더 사랑스러웠던

첫날밤이.

신당동 가다보면

들려온다

미싱 도는 소리

그대 숨소리

세상 한쪽에서

그대가 그대를 찢고

그대를 이어가는 소리


(『꽃이 너를 지운다』, 천년의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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