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정희성 _ 늙은 릭샤꾼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정희성 _ 늙은 릭샤꾼

수평선다방의 시 2015. 12. 6. 18:13

 

 

      늙은 릭샤꾼

 

                        정 희 성

 

딱히 어디로 가자고 한 것도 아니었다
늙은 릭샤꾼은 힘에 겨운 듯
야무나 강변에 나를 내려놓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강 건너편으로 죽은 자를 위한
화려한 집 타지마할이 한눈에 들어오고
강 이쪽은 눈길을 주기가 민망할 빈민들의 거쳐였다
이 묘한 지점에 나를 세워두고 어쩌자는 것일까
나는 늙은 릭샤꾼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나를 향해 서 있었지만 나를 보고 있지는 않았다
그의 눈길은 나를 지나
내 뒤의 무엇을 향해 있었는데
퀭한 눈으로 그가 건너다보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깨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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