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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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픈 詩

안희연 _ 당분간 안녕

수평선다방의 시 2015. 12. 5. 12:35

 

 

 

 

   당분간 안녕 

 

                        안 희 연

 

먼발치에서 바라본다
말없이 돌을 나르는 사람, 돌을 끌어안고 돌이 된 사람,
그들의 등 뒤로
비밀스러운 해가 진다

 

저것은 선의인가
죽어가는 맹수에게 핏물 흐르는 고깃덩어리를 던지듯이

 

나는 내 안에
아직 아름다움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쉽게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돌을 나르는 것 외엔
달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평생
밤은 밤대로 필요하고
식물에게는 목소리가 없는 이유

 

나는 이 영원을 기록하기 위해
세상 모든 길을 걸어야 하는 사람

 

쌓으려는 손도 허물려는 손도
모두 같은 시간의 용광로 안에서 끓고 있다

 

불길은 잦아들지 않았다
계단을 오르던 사람은 계속 계단을 오르고
떠내려가던 사람은 계속 물 위를 떠가고

 

날마다 아이들이 태어난다
폭죽은 잔해의 다른 이름

 

어느 밤 꿈엔 낯선 이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당신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눈을 뜨면 길을 걷고 있었다
어떤 개는 목줄에 묶인 사람을 끌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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