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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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수평선다방의 시 2009. 9. 10. 17:24

 

 

 

실은 대부분의 여자들...

그러니까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거나...

좀 아닌데 싶은 여자들... 아니, 여자든 남자든

그런 대부분의 인간들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전구와 같은 거야. 전기만 들어오면 누구라도

빛을 발하지, 그건 빛을 잃은 어떤 전구보다도

아름답고 눈부신 거야. 그게 사랑이지.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극을 가진 전선과 같은 거야.

서로가 서로를 만나 서로의 영혼에 불을 밝히는 거지.

누구나 사랑을 원하면서도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까닭은,

서로가 서로의 불 꺼진 모습만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