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성미정 _ 명치끝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성미정 _ 명치끝

수평선다방의 시 2015. 9. 15. 18:26

 

 

    명치끝

 

                           성 미 정

 

무덤에서 돌아오는 길에 먹은

김밥 몇 개 얹혀서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니

붉은 눈물이 손가락 끝에

피어난다

 

언제부터인가 어스름한 저녁이면

명치끝이 더부룩해진다

한 시절 다정했던 그대들

청천벽력처럼 이별했던 그대들

명치끝에 오글오글 모여 산다

 

모두 잊겠다고 잊고

나 살아보겠다고

침을 섞어 밥을 꼭꼭

씹어 먹어봐도 소용없다

 

남 몰래

이 웬수야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내가 어찌 너를 잊을까

 

그대들 명치끝에

나 또한 기거했으므로

기꺼이 나의 명치를 내어주리라

 

어스름한 저녁이면 명치끝

그대들을 쓰다듬으며

때로는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며

나 살아가리니

 

그대들 아직은

나의 명치끝에서 나와 함께

오래오래 다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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