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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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픈 詩

송경동 _ 그 서투른 말들을 믿기로 했다

수평선다방의 시 2014. 5. 26. 16:15

 

 

  그 서투른 말들을 믿기로 했다

 

                                   송 경 동

 

땅 위에 솟아

우듬지 굵히고 가지 뻗어

잎새 내고 열매 맺는 순차적인 게

나․무라고 배웠는데

세상의 모든 나․무는

땅에 붙박힌 게 아니라

저 하늘에 뿌리 뽑혀 거꾸로 떠다니는 거라고

오늘 처음 사람들이 얘기했다

난 그 서투른 말들을 믿기로 했다

 

세계는 학살을 하며

그게 평화라 하고

기생을 자유라 하고

굴종을 안녕이라 가르치기에

오늘부터는 없는 말

태어나지 않은 말들만

믿기로 했다

 

(『꿀잠』, 삶창,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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