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이사라 _ 얼룩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이사라 _ 얼룩

수평선다방의 시 2013. 12. 13. 14:02

 

  

    얼룩

 

                              이 사 라

 

검버섯 피부의 시간이 당신을 지나간다

 

시간을 다 보낸 얼룩이 지나간다

 

날이 저물고 아픈 별들이 뜨고

내가 울면

세상에 한 방울 얼룩이 지겠지

 

우리가 울다 지치면

한 문명도 얼룩이 되고

 

갓 피어나는 꽃들도 얼룩이 되지

 

지금 나는

당신의 얼룩진 날들이 나에게 무늬를 입히고

 

달아나는 걸 본다

모든 것을 사랑하였어도

밤을 떠나는 별처럼 당신이 나를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라진 문명이 돌연 찾아든 것처럼

 

내 벽에는 오래된 당신의

벽화가 빛나겠지

천년을 휘돈 나비가 찾아들고

 

다시 한바탕 시간들 위로 꽃잎 날리고

비 내리고 사랑하고 울고 이끼 끼고

 

나의 얼룩도

당신처럼 시간을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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