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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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아픈 詩

장경린 _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수평선다방의 시 2013. 7. 15. 15:40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다,

 

                                   장 경 린

 

라고 말한 어느 문호의 글 행간에서

비스킷 부스러기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잔머리를 굴리는 바퀴벌레

같은 여자와 사랑에 빠진 후로

나는 술이 늘었다 다시 말해

술병과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는 우울한 날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내 시는 늘 크레디트 카드를 지니고 다닌다

잘 빠진 자동차를 보면

성적 충동을 느끼는 내 시는 이따금

대책 없이 옆길로 새서 애를 먹이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막장 같은 곳이라도

가보면 어디론가 길이 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리모컨부터 찾는 내 시는

주말에 북한산 계곡에서

사철탕을 먹기로 했다 문학은

내 속을 돌아다니는 여행이 아니다 업자한테 속아

아파트 물딱지를 산 뒤로 내 시는

매사에 이면을 들춰보는 버릇이 생겼다

중국산이 아니냐고

잘 놀고 있는 광어를 뒤집어보듯이

제 속도 못 믿고

그 속에 또 나도 모르는 뭐가 있지나 않은지

궁금해 뒤적이고 있는 내 시는

된통 감기에 걸려 콩나물국을 끓여 먹고

이제 막 잠든 내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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