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고영민 _ 마흔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고영민 _ 마흔

수평선다방의 시 2013. 3. 7. 13:05

 

 

      마흔

 

                  고 영 민

 

아내가 고구마를 삶아놓고
나갔다
젓가락으로 여러번 찔러본 흔적이 있다
나도 너를 저렇게 찔러본 적이 있지
잘 익었나, 몇번이고
깊숙이 찔러본 적이 있지
뜨거워
손을 바꿔 잡다가
괜한 내 귓불을 잡은 적이 있지
후후, 베어물고
입속에서 여러번 굴려본 적이 있지
벗겨 먹은 적이 있지
목이 메어 가슴을 두드리고
벌컥벌컥, 찬물을 들이켜고는
망연자실
내려다본 적이 있지

 

(『사슴공원에서』, 창비,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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