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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 _ 휴먼필

수평선다방의 시 2012. 11. 15. 09:59

 

인권감수성을 깨우는 54개의 공감

 

휴먼필

 

 

 

 

 

지은이 : 공선옥 외 지음

출판사 : 삶이보이는창

출판일 : 2012년 5월 16일

정 가 : 13,000원

 

 

아침에 눈을 떠 학교나 직장에 가고, 또 퇴근하고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기까지. 우린 얼마나 인권감수성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별 고민 없이 지나가는 것들이 실제로 누군가를 차별하는 일은 아니었을까? 『휴먼필』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인권감수성의 필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집 앞 주차장에서……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인권 다반사’

“이 세계는 좀 더, 둥근 곳이어야 한다.”

 

『휴먼필』에 실린 54개 이야기 속 인물들은 누구일까? 학교에서, 회사에서, 거리에서, 집 앞 주차장에서…… 어디에서든 우리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 아동 및 청소년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이웃들 역시 그 대상이다. 중요한 건 그런 그들이 서로에게 차별을 가하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휴먼필』은 그런 우리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인권 유린과 부조리, 불합리한 관행과 차별 등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작가 김남일은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라는 어떤 플래카드에 경악하고, 방귀희 소설가는 장애를 가진 이는 결혼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사람들의 시선에 씁쓸함을 느낀다. 어떤 필자는 여성으로서 차별적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80년대 ‘비녀꽂기’ 고문을 당해 인권을 유린당했던 필자의 이야기도 있다. 아파트 부녀회의 간섭으로 입지가 좁아진 경비 아저씨를 바라보는 한 작가의 애잔한 눈빛도 있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원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차별을 가하고, 또 받았다는 한 소설가의 고백을 들어보자.

 

둥글다고 하는 지구 위에서, 나는 감히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차별의 수혜자고, 가해자며, 특혜 대상자다. 우리는 함께 고백하고, 함께 서로 사죄의 절을 올려야 한다. 당신이 있어, 실은 나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니 어떤 고통을 겪었다 해도, 나의 발 아래에는 나로 인해 차별을 받아온 당신이 있었다. 미안하고, 미안하다.

-박민규, 「나는 차별 속에서 살아왔다」에서

 

이 고백은 가해자, 피해자로 나누어 바라보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물론이고 당신들도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는 인권 문제를 타자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에게 대입시켜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휴먼필』은 누군가를 겨냥한 매서운 화살일 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자기 각성’의 기회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를 까닭 없이 서글프게 하는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동류이기 쉽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계층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형제애까진 아닐지라도 그게 이치에 맞는 일이 아니겠는가.

-최성각, 「보통 사람이 ‘보통 사람’에게 받는 차별」에서

 

『휴먼필』은 어느 작가의 말처럼 “세계는 좀 더 둥글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들 안에 있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걷어내자고, 그 장애물을 치우자고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류들에게, 사이좋게 살자고 말하는 제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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