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김성태 _ 달은 구멍 본문

꽃처럼 아픈 詩

김성태 _ 달은 구멍

수평선다방의 시 2012. 4. 3. 13:14


 

 

        달은 구멍

 

                                         김 성 태

 

  사랑에 육체가 처참히 무너져버린 어떤 시인은 새벽 세시마다 절벽 끝에 누워 달을 끌어다가 달의 구멍에 귀두를 박으며 오르가즘을 느낀대.
  달의 구멍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게이의 항문 같고 수녀가 되고 싶었던 창녀의 자궁 같고 신하들이 들락거리던 여왕의 음문 같고 열여덟에 오체 불구된 소녀의 시린 클리토리스 같다나 뭐라나.
  달의 표면은 장미를 꺾은 자리처럼 환해서 자꾸 입술을 내밀게 되는데 사실 달과의 섹스는 끔찍하리만큼 슬프다는 거야. 페니스를 구멍에 넣으면 살얼음과 굳은 모래만 서걱거려 환(幻)의 젤을 바르지 않으면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반복해야 한다지.
  그때부터 시인은 달과의 체위법이라는 입문서를 썼대.
  서문은, 유방을 잃은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네 젖을 스스로 도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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