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다방의 빨간 詩

유현아 _ 소풍 본문

꽃처럼 아픈 詩

유현아 _ 소풍

수평선다방의 시 2013. 7. 2. 13:30

 

 

     소풍

 

                   유 현 아

 

꼭대기로 소풍 가요

우리가 딛고 걷는 바닥은 아무 데도 없거든요

저기 교묘하게 죽어 있는 바닥들이 보이잖아요

우리의 바닥들은 바닥을 치고 위로 더 위로 올라가죠

 

이제 혁명의 노래도 위로 올려 보내요

이제 투쟁의 기다림도 위로 올려 보내요

이제 죽음의 상징 따위도 위로 올려 보내요

정교하지 못한 거짓말들도 위로 올려 보내요

위로 위로 올라가다보면 그곳에

어처구니없는 이유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그 위에 아마도 펄럭이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목소리들이 붙잡고 있는 깃발들이 있을 거예요

그 속에 바닥에서 올라온 것들이 숨어 있을 거예요

이제 올라간 모든 것들은 내려오지 않을지도 몰라요

울음을 위로하는 시간만큼 견딘다면 혹시 모를까

의문투성이 위로가 필요한 때 그때 어쩌면

아니면 바닥의 가장자리가 닳아질 즈음 내려올지도

그러니 우리 이제 바닥을 치고 꼭대기로 소풍 가요

 

(『리얼리스트 8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