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장만호 _ 굵은 비 내리고

수평선다방의 시 2010. 6. 15. 13:01

 

 

  굵은 비 내리고

 

                   장 만 호

 

굵은 비 내리고

나는 먼 곳을 생각하다가

내리는 비를 마음으로만 맞다가

칼국수 생각이 났지요

아시죠, 당신, 내 어설픈 솜씨를

감자와 호박은 너무 익어 무르고

칼국수는 덜 익어 단단하고

그래서 나는 더욱 오래 끓여야 했습니다

기억하나요, 당신

당신을 향해 마음 끓이던 날

우리가 서로 너무 익었거나 덜 익었던 그때

당신의 안에서 퍼져가던 내 마음

 

칼국수처럼 굵은 비, 내리고

나는 양푼 같은 방 안에서

조용히 퍼져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