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이소연 _ 해몽
수평선다방의 시
2024. 8. 6. 09:54
해몽
이소연
종이에 싸여 있었다
풀어 보지 않았지만
사람이다
현관에 떨어뜨린 우편물처럼
당신이 갑자기 눈에 띈다면 좋겠지만
수취인은 쓰여 있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식탁 위에 올려둔다
살아 있다면 이렇게 납작할 순 없다
종이에 귀를 대어 보면
숨소리가 들렸다
눈이 번쩍 뜨였다
우리가 숨을 쉰다는 게
이렇게나 놀랍다
생각을 들킨다는 게
말끝마다 죽겠다지
살고 싶어서
신발을 신고 나가
복권방 옆 꽃집에서
튤립을 한 다발 샀다
(『콜리플라워』, 창비,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