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장석남 _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평선다방의 시 2009. 11. 25. 11:05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장 석 남


점등 시간

77번 좌석버스를 탔다

나는 페루에 가는 것이다

시드는 화환처럼 해가 진다

바람은 저녁 내내 창 유리의 흰 페인트를 벗겨내고 있다

이른 산책의 별이 하나 비닐봉지처럼 떴다

허공에 걸려 있는 푸른 풍금 소리들

나를 미행하는 이 깡마른 적막도

끝내 페루까지 동행하리라

철망 위에 앉아 우는 새

새의 울음 속에 등불이 하나 내어걸린다

페루의 유일한 저녁 불빛

밤새 파도들은 불빛으로

낮게 포복해 몰려와 몸을 씻고 있다

불빛을 따라간 한 목숨을 씻어주고 있다

나는 내내 페루에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