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이현호 _ 자취
수평선다방의 시
2016. 6. 23. 10:59
자 취
이 현 호
모르는 여자와 잤다 모르는 여자는 모르는 만큼 좋은 향기가 나고 이름을 몰라도 눈부신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나무뿌리처럼 얽혀 서로의 베개가 되어
모르는 여자는 모르는 여자가 아니어도 아무도 얼굴 본 적 없는 아이를 낳겠지 얼굴도 모르는 그 아이를 생각하면
핏줄이 뜨거워졌다 어떤 빛 속이라도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꿈에서 깼을 때
누가 오래 머리를 두었다가 간 듯이 베개는 사람의 체온으로 젖어 있고 모르는 여자는
모르는 여자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고 깨우는 손길을 기다리며
눈을 감고 있었다
- 『유심』 2015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