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심재휘 _ 기적
수평선다방의 시
2016. 4. 14. 10:09
기 적
심 재 휘
요양원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 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내는 것 같아도
오늘 하루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의 늘어진 주머니 속에는
불씨를 살리듯 후후 불어볼 노을이 있어서
나는 그와 함께 소주를 마시던 술집을 지나
닭갈비 타는 냄새를 지나
그의 사라진 말들을 지나 집으로 간다
집집마다 불이 들어오고
점자를 읽듯
아직 불빛을 만질 수 있는 사람들이
한 집으로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