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장정일 _ 호두 한 알

수평선다방의 시 2016. 2. 22. 13:41

 

 

 

   호두 한 알

 

                장 정 일

 

그녀에게 간다
그녀에게 가는 길을
마치 피리처럼 불며
마음이 들떠서
콧노래를 부르며
그녀에게 간다
가슴 속에
호두 한 알을 감추고
시침을 떼고
숙이에게 간다
거렁뱅이
빈털털이
나는 너에게
호두 한 알을 주겠다
아직
깨어지지 않은 가슴을

 

(<상복을 입은 시집>, 그루, 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