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유홍준 _ 맨드라미
수평선다방의 시
2015. 12. 17. 17:11
맨드라미
유 홍 준
여섯 살이었다 꽃이 예뻐
꽃이 좋아 장독대 옆 맨드라미 꽃밭에 가서 놀았다
볏 붉은 맨드라미 잡고 흔들어 댔다
눈이 부셔 눈이
아파 눈이
자꾸만 눈을 비볐다
밤 꼴깍 지새우고 병원에 갔다
돋보기 쓴 의사 양반 눈 크게 뜨고 내 눈 속에서
티끌만한 맨드라미 씨를 찾아냈다
비빈 맨드라미 씨
밤새 비빈 맨드라미 씨
벌써 하얗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내 눈 속에 빨간 꽃을 피우고 있다고 했다
어떤 꽃은 한 번 피우면 평생 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