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이운진 _ 슬픈 환생

수평선다방의 시 2015. 10. 13. 11:52

 

 

     슬픈 환생

 

                                   이 운 진

 

몽골에서는 기르던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묻어준단다  

다음 생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사람으로 태어난 나는 궁금하다  

내 꼬리를 잘라 준 주인은 어떤 기도와 함께 나를 묻었을까  

가만히 꼬리뼈를 만져 본다  

나는 꼬리를 잃고 사람의 무엇을 얻었나

거짓말할 때의 표정 같은 거  

개보다 훨씬 길게 슬픔과 싸워야 할 시간 같은 거  

개였을 때 나는 이것을 원했을까  

사람이 된 나는 궁금하다  

지평선 아래로 지는 붉은 태양과  

그 자리에 떠오르는 은하수  

양 떼를 몰고 초원을 달리던 바람의 속도를 잊고  

또 고비사막의 밤을 잊고  

그 밤보다 더 외로운 인생을 정말 바랐을까  

꼬리가 있던 흔적을 더듬으며 

모래언덕에 뒹굴고 있을 나의 꼬리를 생각한다  

꼬리를 자른 주인의 슬픈 축복으로  

나는 적어도 허무를 얻었으나  

내 개의 꼬리는 어떡할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