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황인숙 _ 가을날

수평선다방의 시 2015. 9. 17. 11:35

 

 

 

   가을날

 

                   황 인 숙

 

눈을 꼭 감고

"난 몰라, 이게 뭐예요!"

울려는 듯 비죽거리는

입을 뾰로통히 꼭 다물고

앞뒤 양다리를 뻣뻣이 모으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새벽이면 쓰레기봉투들 거둬가는 곳 근처에서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던 어린 고양이

 

어디를 찾아봐도 보이지 않음으로

여름이 가버린 걸 알 수 있듯

아, 그렇게

죽음이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도 속에서 질겨지는 시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