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최정례 _ 어디 먼 데

수평선다방의 시 2015. 9. 2. 17:57

 

 

    어디 먼 데

 

                          최 정 례

 

어디 갔다 왔어?

네가 물으면

나는 꼭 어디 먼 데 갔다 온 거 같다

부엌에서 물 먹고 왔을 뿐인데

간장 사러 가게에 갔었을 뿐인데

 

지난여름, 허공인 줄 알고

유리창을 들이받던 실잠자리

들어오려고 들어오려고

성냥골 같은 머리통으로

수없이 그짓을 되풀이하던

투명하고 가느다랗고 가물가물하던

 

혹시 누구 혼백이 아닌가 싶던

그 실잠자리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