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아픈 詩

박시하 _ 밤의 공원에서

수평선다방의 시 2015. 7. 28. 14:54

 

 

   밤의 공원에서

 

                    박 시 하

 

캄캄한 밤의  공원에서

유서를 썼다

 

기분이 좋았다

맹꽁이가 커다랗게 울고 있었다

두 남자가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셔틀콕이 어둠 속을

 

밤의 흰 새처럼

잊어버린 새의 이름처럼 날아갔다

 

아이들이 텅 빈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편지를 보낸

나 없는 세계에서 왔다

나는 유서를 밤의 공원에

벤치 아래의 어둠 속에 묻었다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렸다

내가 어딘가로 떠났고

이 세계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긴 한숨 소리가 번져나갔고

나는 유서를 어디 묻었는지 잊어버렸다

그 밤의 공원도 잊었다

나를 잊었다

 

새의 이름을 잊듯이